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위험이'와 '일을' 같은 경우에 '이', '을'은 조사이기 때문에 연음됩니다.
그러나 '집 위에', '우리집 옆에' 같은 경우 '위, 옆' 은 어휘적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연음되지 않습니다. - 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사실 발음해보면[지뷔에]라고 발음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것입니까?
가르쳐 주세요.
이 경우는 명사(자음)와 명사(모음)가 이어질 때의 경우에 해당됩니다.
명사에 모음으로 된 조사가 연결되는 경우에는 <실질 형태소>와 <형식 형태소>의 결합, 즉 어휘 의미(낱말 뜻)를 가진 말과 어휘 의미를 가지지 않은 말이 연결될 때에는 그대로 연음이 됩니다.
집 + 이 --> [지비], 사람 + 은 --> [사라믄]
그런데 <실질 형태소>와 <실질 형태소>가 연결될 때, 즉 뒤에 결합하는 말이 모음으로 되어 있지만 어휘 의미를 갖는 경우에는 두 말 사이에 연음이 되지 않습니다. 아마 뒤에 이어지는 말의 어휘 의미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두 말 사이에 일단 휴지(休止; 쉼, pause)가 형성이 됩니다. 한국어에서는 표기상의 받침과 발음상의 받침이 구별되는데, 표기상으로는 27개의 받침이 쓰이지만 이들이 발음될 때에는 모두 7개의 받침으로 실현됩니다(이른바 7종성법). 그 7개의 받침은 ㄱ, ㄴ, ㄷ, ㄹ, ㅁ, ㅂ, ㅇ입니다.
한국어는 단독으로 실현되거나 두 말 사이에 휴지가 형성되면 앞의 말의 받침으로는 7개에 해당하는 자음으로만 실현됩니다. 이것을 평폐쇄음화, 또는 음절말 중화 현상이라고 하는데 파열음이나 마찰음, 파찰음 계열에서 이런 중화 현상이 나타납니다.
ㄱ, ㅋ, ㄲ → ㄱ
ㄷ, ㅌ, ㄸ, ㅅ, ㅆ, ㅈ, ㅊ, ㅎ → ㄷ
ㅂ, ㅍ, ㅃ → ㅂ
- 집 + 위 → 집 + 위 → [지뷔]
- 부엌 + 안 → 부억(중화) + 안 → [부어간] ([부어칸]이 아님)
- 옷 + 안 → 옫(중화) + 안 → [오단] ([오산]이 아님)
- 우리집 옆에 → 우리집 + 녚(음운첨가) + 에 → [우리짐녀페]
'집 위에'의 경우, '부엌 안'이나 '옷 안'과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위와 같은 단계를 거쳐 발음이 실현되는 것입니다. '집'은 '부엌'이나 '옷'과 달리 평폐쇄음화가 일어날 필요가 없으니 그대로 연결되면 됩니다.
'우리집 옆에'는 '옆'의 음운 조건(ㅕ 모음) 때문에 /ㄴ/ 첨가 현상이 일어나고, 이 /ㄴ/의 영향으로 앞의 /ㅂ/이 비음화되어 [우리짐녚]이 되고, 뒤에 모음으로 된 조사 '에'가 이어지므로 그대로 연음이 되어 [우리짐녀페]로 발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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