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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가르치기/교실에서

연음(連音)

by 광천 선생 2024. 11. 3.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위험이'와 '일을' 같은 경우에 '이', '을'은 조사이기 때문에 연음됩니다.
그러나 '집 위에', '우리집 옆에' 같은 경우 '위, 옆' 은 어휘적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연음되지 않습니다. - 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사실 발음해보면[지뷔에]라고 발음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것입니까?
가르쳐 주세요.

  이 경우는 명사(자음)와 명사(모음)가 이어질 때의 경우에 해당됩니다.

  명사에 모음으로 된 조사가 연결되는 경우에는 <실질 형태소>와 <형식 형태소>의 결합, 즉 어휘 의미(낱말 뜻)를 가진 말과 어휘 의미를 가지지 않은 말이 연결될 때에는 그대로 연음이 됩니다.

집 + 이 --> [지비], 사람 + 은 --> [사라믄]

  그런데 <실질 형태소>와 <실질 형태소>가 연결될 때, 즉 뒤에 결합하는 말이 모음으로 되어 있지만 어휘 의미를 갖는 경우에는 두 말 사이에 연음이 되지 않습니다. 아마 뒤에 이어지는 말의 어휘 의미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두 말 사이에 일단 휴지(休止; 쉼, pause)가 형성이 됩니다. 한국어에서는 표기상의 받침과 발음상의 받침이 구별되는데, 표기상으로는 27개의 받침이 쓰이지만 이들이 발음될 때에는 모두 7개의 받침으로 실현됩니다(이른바 7종성법). 그 7개의 받침은 ㄱ, ㄴ, ㄷ, ㄹ, ㅁ, ㅂ, ㅇ입니다.

  한국어는 단독으로 실현되거나 두 말 사이에 휴지가 형성되면 앞의 말의 받침으로는 7개에 해당하는 자음으로만 실현됩니다. 이것을 평폐쇄음화, 또는 음절말 중화 현상이라고 하는데 파열음이나 마찰음, 파찰음 계열에서 이런 중화 현상이 나타납니다.

ㄱ, ㅋ, ㄲ → ㄱ
ㄷ, ㅌ, ㄸ, ㅅ, ㅆ, ㅈ, ㅊ, ㅎ →  ㄷ
ㅂ, ㅍ, ㅃ →  ㅂ
  • 집 + 위 →  집 + 위 →  [지뷔]
  • 부엌 + 안 →  부억(중화) + 안 →  [부어간] ([부어칸]이 아님)
  • 옷 + 안 →  옫(중화) + 안 →  [오단] ([오산]이 아님)
  • 우리집 옆에 →  우리집 + 녚(음운첨가) + 에 → [우리짐녀페]

  '집 위에'의 경우, '부엌 안'이나 '옷 안'과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위와 같은 단계를 거쳐 발음이 실현되는 것입니다. '집'은 '부엌'이나 '옷'과 달리 평폐쇄음화가 일어날 필요가 없으니 그대로 연결되면 됩니다.

  '우리집 옆에'는 '옆'의 음운 조건(ㅕ 모음) 때문에 /ㄴ/ 첨가 현상이 일어나고, 이 /ㄴ/의 영향으로 앞의 /ㅂ/이 비음화되어 [우리짐녚]이 되고, 뒤에 모음으로 된 조사 '에'가 이어지므로 그대로 연음이 되어 [우리짐녀페]로 발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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